목차
1 단 하나의 창문
2 야생과의 우연한 만남
3 유대와 손실
4 생물량 격감
5 계절의 환희
6 대지의 아름다움의 환희
7 경이
8 새로운 유형의 사랑
옮긴이의 말
지구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 그리고 그 아름다운 지구에 대한 비가
어렸을 때부터 주위의 새와 나비를 관찰하며 불행한 개인사의 아픔을 달래온 저자 마이클 매카시는 환경 저널리스트가 되어 자연에서 느낀 경이와 그것의 파괴에 대한 우려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왔다. 〈나방의 눈보라〉는 지구 환경에 대한 그의 오랜 헌신이 농축된 감동적이고 시의적절한 책으로 2016년 〈더 타임즈〉 올해의 자연도서로 선정되었다. 저자를 매혹시켰던 지구 생태계에 대한 찬가이자 급격하게 파괴되는 환경 앞에서 느낀 고통에 대한 비가이기도 한 〈나방의 눈보라〉는 대서양 양쪽에서 압도적인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소로의 〈월든〉이나 애니 딜라드의 〈팅커 크릭의 순례자〉에 이르는 위대한 자연 도서의 계보를 잇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2년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팡파레가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리우 회의에 참석하여 ‘아젠다 21’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미래는 희망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20년 동안 세계 인구는 15억 명이 늘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퍼센트 증가했고 6억 에이커 이상의 일차림이 벌목되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표어는 환경 악화의 추세에 전혀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 그리고 악화된 지구 환경이 보여주는 세계 각지의 ‘뉴스’들이 일상적이 되었고 그것이 결합되어 내는 효과를 우리는 뜨거운 여름과 파괴적인 자연의 재난을 통해 피부로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자연계의 용역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경제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보고서들은 산호초 3,750달러, 열대우림 5조 달러 등 가격을 매기고 있다. 인간에게 돈의 가치로 어떤 것을 설명하는 것보다 더 설득력 있는 방법은 없기에 우리의 생태계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일정 정도 경각심을 사회에 불러 일으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묻는다. 사라진 새의 노랫소리,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양서류의 합창, 수많은 색의 꽃들이 주는 경이, 눈보라처럼 빛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 생명으로 약동하는 대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가치들은 과연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가. ‘지속 가능한 개발’과 ‘생태계 용역의 가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오랜 인류 역사의 과정 속에서 형성된 자연에 대한 감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그의 글은 자연과 교감을 나눴던 자신의 다채로운 체험과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자연의 파괴를 감지한 시인들의 시, 환경운동가로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일화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시인의 아픈 개인사가 자연을 매개로 해서 치유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대단원에서는 일상적인 삶에서, 그리고 문학을 비롯한 예술 체험에서도 쉽게 느끼기 어려운 묵직한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이 책은 나를 울게 만들었다’는 한 영국 언론의 서평에 이 책을 국내에 출간하는 출판사의 편집자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
우리에게 이 책이 특히 뼈아픈 것은 저자 마이클 매카시를 가장 절망스럽게 한 생태계 파괴 사례가 바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의 방조제 새만금이라는 사실이다. 저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하구 풍경 파괴로 거론한 새만금 사업은 수많은 갯벌 생물과 철새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 공사라고 하는 새만금을 비롯해 4대 강, 시화호 사업 등은 건설 경기 부양이라는 목적 외에는 자연 파괴를 통해 가시적인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런 서해안 갯벌 사업은 종료된 것이 아니라 지자체들의 수변 공원 조성 등을 이유로 현재도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자연에 대한 무지가 불러온 지구 곳곳의 환경 파괴 사례 중에서 가장 대대적인 파괴가 바로 이 땅에서 일어났고 그것이 완결된 것이 아니라는 현실은 자연 환경의 악화에 대한 우려를 가진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 암담하게 느껴진다. 생존을 이유로 과연 어느 정도까지 인간은 자연을 바꿀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자연은 그러한 자기 파괴적인 활동에 매몰된 인간들을 언제까지 품에 안을 수 있는가. 살인적인 더위가 백 몇십 년 만에 기온 기록을 깨뜨렸다는 심심찮게 등장하는 언론 보도나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재해의 규모가 과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 2024년 현재의 상황에서 자연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과연 괜찮은지 이 책은 묻는다.
끝으로 이 책의 역자 조호근은 저자 마이클 매카시처럼 탐조가로서 자연의 경이를 찾아다니고 관찰하면서 살고 있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나비와 새와 꽃들의 이름, 그중에서도 국명이 없는 종들에 대해 필드워크의 경험이 풍부한 그가 얼마나 적절하고 예쁜 이름을 붙였는지를 독자들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